호텔 우라시마 > 나치 폭포 > 나치 대사 (세이칸토지) > 구마노고도 > 이온몰 와카야마 > 코스모스 드럭스토어 린쿠타운점 > 간사이공항
조식을 7시 반에 요청했기에 6시에 일어났다.
아침을 먹기 전, 야마가미관 숙박객 전용 온천탕에 다녀오기 위해서였다.
방에서 나오다, 나처럼 아침 온천을 즐기러 나온 부부와 마주쳤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39층 프론트에서 받은 카드키를 입구에 가져다대니 문이 열렸다.
온천탕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해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카츠우라항의 아침은 평화롭고 고요하고, 잔잔했다.
아침 목욕을 마치고, 밥을 먹기 전에 간단히 정원을 산책했다.
날씨가 맑았더라면, 이곳저곳을 둘러봤을텐데, 빗줄기가 제법 굵어 멀리 가지 않고 되돌아왔다.
정원에서도 야마가미관 숙박객 전용 온천에서 볼 수 있었던 가츠우라항을 볼 수 있었다.
반대편 태평양도 눈에 들어왔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사진은 그닥;;
호텔 우라시마의 아침식사는 전형적인 호텔식 뷔페.
그때그때 만들어주는 오믈렛이 맛있었다.
식사 후에는, 체크아웃 마감시간까지 시간적 여유는 많았으나, 서둘렀다.
변경된 계획에 따라, 전날 가지 못한 구마노고도를 올라가보고,
본래 이 날의 계획인 쿠시모토 지역을 본 뒤, 와카야마시까지 가야하는 탓이었다.
계획을 짜면서도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일단 되는 데까지 움직여보기로 했다.
9시 배를 타고 역으로 돌아와, 역앞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보관했다.
아침에 비하면 빗줄기가 좀 줄어들었으나,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기에 우산을 받쳐들었다.
역에서 나치산으로 올라가는 버스에 오르니, 버스에서 졸고 있는 서양인이 보였다.
일본 대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서양인들을 오히려 이런 곳에서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았다.
18년도에 이쓰쿠시마 가서도 이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버스 종점을 2 정류장 정도 앞두고, 나치 폭포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뒷편으로 나치 폭포가 보였다.
삼나무 숲길을 헤치고 지나가니, 나치 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수직 낙차가 가장 큰 폭포라는데, 100M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굉장했다.
주변의 빽빽한 삼나무 산림과 어우러진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나치 폭포는 신사이기도 했는데, 오미쿠지가 눈에 들어와 한 번 뽑아보았다.
결과는 '길(吉)'
종합 운세에는 산이 높으면 구름이 끼고, 나무가 높이 자라면 바람이 강해지니,
구름을 나부끼게 하는 바람에 맞서려하지 말고, 곤란한 상황에 대해 때를 기다리면 수가 보일 것이다
…같은 모든 사람한테 쓸 수 있을 법한 말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그냥 재미 삼아 뽑은 걸로 말려고 했는데… 시야에 "여행 : 주의 바람"이라는 문구가 들어와버렸다.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지난 이틀간의 삐그덕거림들…
애인에게 오미쿠지를 찍은 사진을 보내주며, 이틀간 있었던 트러블을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오늘이랑 내일도 또 트러블이 생길 예정인 걸까,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이 씨가 되었다…ㅅㅂ)
폭포를 보고, 나치 구마노대사를 보러 갔다.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세이칸토지로, 삼층탑과 폭포가 어우러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작정이었다.
한데… 이 나치 구마노대사가 산비탈에 지어져 있었다.
그것도 꽤 경사진 산비탈이었기에, 모교의 또다른 캠퍼스에서마냥 낑낑거리며 경사진 길을 올랐다.
비가 내려 습하긴해도 더운 날은 아니었는데도, 세이칸토지를 앞에 두었을 때에는 등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가볍게 걸쳤던 얇은 겉옷을 벗어던지고, 시원한 산 바람을 느꼈다.
그 이후 시작된 갈등.
나치폭포와 세이칸토지를 보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 탓에,
쿠시모토를 둘러보려면 구마노고도를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하산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온 구마노고도를 포기하기는 또 싫어서… 조금 갈팡질팡했다.
그러다… 바다가 만든 풍경은 전날 시라하마에서 실컷 봤으니, 이 날은 사람이 산에 만든 길을 보기로 결정!
쿠시모토를 깔끔히 포기하고, 짧게나마 구마노고도를 걸었다.
돌이 깔린 길에 비가 내리니 바닥이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더 천천히 여유롭게 오랜 순례길을 걸은 것 같았다.
구마노고도 (정확히는 구마노고도 다이몬자카) 를 완주하고나니 장대비가 쏟아졌다.
우산을 쓰고 걷는데도 바람까지 거칠게 불어 비가 들이치는 바지 앞쪽이 다 젖어버렸다…
등산용 바지를 입고 갔으니 망정이지, 치마 입겠다고 설쳤으면 엄청 고생했을 듯…
내려오는 길에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나치역에 있는 세계유산 정보 센터를 들렀다.
큰 규모의 센터는 아니었지만, 그저 순례길이라는 정도의 지식만 있던 구마노고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이 지역에서 개최되는 나치 불 축제(那智の扇祭り) 영상이 무척 흥미로웠다.
무더운 여름에 거대한 횟불을 메고 산을 오르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했지만,
이런 전통 축제가 잘 남아있는 일본이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전통축제가 사라지게 된 원인에 일본이 있긴 하지…
기이카츠우라역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와카야마시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5월 연휴동안 우리나라에 장대비를 퍼부은 비구름이 일본에 건너온 건지,
오사카 쪽에서 내려오는 열차가 비 때문에 크게 지연된 상태였다.
문제는 내가 탄 기차도 위 지연에 영향을 받았다.
기이타나베역 이후 구간의 기노쿠니선은 단선이라, 마주 오는 열차가 늦어지면 따라 늦어질 수 밖에 없는 탓이었다…
다행히 10분 정도 밖에 연착하지 않았지만, 문득 오미쿠지가 떠올랐다.
와카야마시로 이동하는 내내 비가 억수로 쏟아졌기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무리하게 쿠시모토 지역을 갔어도 비가 이렇게 많이 와서야, 제대로 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좋지 못한 날씨에 위안(?) 받으며 와카야마시에 도착하니, 저녁나절 할 일이 없었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와카야마 대학 쪽에 이온 몰이 있다고 해서, 저녁 먹는 겸 영화 보러 다녀왔다.
와카야마역에서 이온몰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서 잘 이용했다.
그렇게 하루가 잘 마무리되…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호텔로 돌아와보니 와카야마현의 명물이라는 와카야마 라멘이 먹고 싶었다.
다른 지역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 지 궁금해, 늦은 시간까지 영업한다던 가게를 찾아갔는데…
골든위크 탓인지, 아니면 구글지도가 잘못된 탓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그것에 이미 짜증이 났는데… 돌아오는 길에 강풍 탓에 잘 사용해오던 우산이 뒤집어져 망가져버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호텔로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오미쿠지가 또 생각나더라…
이제 남은 건 귀국 비행기 취소or놓침이냐고 애인에게 한탄했다.
여행 마지막 날, 애용하는 호텔 체인 토요코인에서 아침을 먹다…
쇼핑을 하고 공항에 가려면 여유부릴 시간이 없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서둘러 움직였다.
와카야마역에 가보니, 전날 내린 비+이 날의 강풍 때문에 간사이·산요 지역의 열차가 난리법석이었다.
취소된 열차도 많이 보였고, 지연도 수두룩…
내가 탄 열차는 그나마 지연 영향을 덜 받아, 10분 정도 늦게 역을 출발했다.
공항에 가기 전, 면세 쇼핑을 위해 린쿠타운에 내렸다.
이 린쿠타운에 굉장히 최근에 생긴 코스모스 드럭스토어가 있었는데,
여기서 정말 역대급 쇼핑을 했다.
결제 금액은 그렇다 치고, 면세 봉투가 세 개 반… 정도 나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걸 캐리어에 쑤셔 담느라고 정말 힘들었다…
다시는 이렇게까지 생각 없이 마구 쓸어담는 식으로 쇼핑하지 않기로…
그리고 대망(?)의 공항 행
열차를 타러 갔는데, 열차가 내 예상보다 띄엄띄엄 있었다.
시간표를 확인하지 않은 내 탓이지… 하고 말기에는… 비행기 탑승 마감 시간이 아슬아슬 했다.
1 터미널이었으면 그토록 가슴을 졸이지 않았겠지만, 나는 2 터미널에 가야했으므로…
한술 더 떠 눈앞에서 1·2 터미널 간 연락버스를 놓친 바람에 멘붕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럼에도 정신을 붙들고 뛴 건, 비행기를 놓칠 수는 없다는 신념(?) 하나 때문이었다.
1시간 전에만 가면 어떻게든 지상직 승무원들이 도와줄 거라는 믿음을 안고 이 악물고 달렸다.
탑승 수속 마감을 1분 정도 앞두고 터미널 도착…
지상직 승무원이 내가 탈 비행기의 이름을 말하며 아직 탑승수속을 마치지 않은 승객을 찾았고…
나는 숨을 몰아쉬며 손을 들어 내 존재를 알렸다…
간신히 수속을 시작하며 캐리어를 위탁 수하물로 부치려고 저울에 올렸다가 깜짝 놀랐다.
정작 사려고 했던 이로하스는 사지도 않았는데, 위탁수하물 무게 제한을 아슬아슬하게 안 넘겼다…
근데… 의외로 탑승수속을 마친 뒤에는 여유로웠다.
인천공항 2 터미널에서 만났던 무인 몸 수색 장치(?)를 간사이공항 2 터미널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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