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쿠야 료칸 > 슈젠지 대나무숲 > 롯폰기 모리타워 > 긴자 명품거리 > 하네다공항
태풍이 오사카 방면으로 상륙 중이라는 뉴스가 나오던 3일차
슈젠지가 속한 시즈오카현은 그 영향을 받아 아침부터 비가 와르르 쏟아졌다 다소 잦아들었다를 반복했다.
그래서 당초 방문 예정이었던 미시마 스카워크 일정을 생략하고, 일찍 도쿄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침 도쿄 모리 타워에서 디즈니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어서,
슈젠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 저녁 즈음 그 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했다.
료칸 체크아웃이 11시까지였기에 짐은 미리 챙겨두고, 슈젠지 주변을 산책했다.
슈젠지를 방문해 알게 되었는데, 이 절에 가마쿠라 막부 2대 쇼군이었던 미나모토노 요리이에가 유배당했었다고 한다.
일본 역사를 공부하면서 기억에 남은 몇 안 되는 인물의 이름이라 어쩐지 절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의 어머니였던 호조 마사코의 인생에 감명 받은 바 있다 😊)
호조 마사코는 12~13세기 일본 여성으로, 이즈 지방을 다스리는 호족 가문의 장녀였다.
당시 이즈 지방에는 교토에서 일어난 권력 싸움에서 패한 미나모토노 요리모토가 유배와 있었는데,
호조 마사코는 그가 크게 될 인물임을 짐작하고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에, 마치 김문희의 사랑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 설화가 전해져온다.
이 설화에 따르면,
마사코의 여동생이 어느 날 해와 달을 손에 거머쥐는 기묘한 꿈을 꾸었는데,
마사코는 그 꿈이 길몽이라 여기며, 여동생에게서 사기 위해 흉몽이라고 속였다고 한다.
이후 마사코가 배필로 삼은 요리모토가 가마쿠라 막부를 세우고 초대 쇼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꿈을 산 문희와 혼인한 김춘추가 태종 무열왕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웃음이 나올 정도로 비슷하다.
사는 곳은 달라도 사람들이 하는 생각은 비슷하다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아무튼,
당연하지만, 마사코의 아버지는 그녀의 결혼을 용납하지 않았다.
서둘러 마사코의 배필을 찾아 혼례를 올리려고 했는데,
기꺼이 남편을 고르는 여성이었던 마사코는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고, 남편을 만나러 산을 넘었다.
신사에 숨어 단촐할 수밖에 없는 혼례를 올렸고,
첫 딸을 낳은 뒤에야 아버지로부터 마지못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마사코의 남편 요리모토는 호조 가문의 후원에 힘 입어 가마쿠라 막부를 창시했다.
막부가 세워진 뒤, 요리모토는 그 당시의 권력자 남성들이 대개 그랬듯, 일부다처제를 지향했다.
그러나 마사코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녀의 분노를 사는 게 두려워 요리모토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 이 특별했던 여성의 삶은 남편이 죽은 뒤에도 기록이 남아있다.
마사코는 남편 사후에 두 아들을 차례로 쇼군에 올렸지만,
둘 다 암살 당하는 등, 자신의 직계 자손을 안정적으로 쇼군의 자리에 오르게 하는 데에 실패했다.
그래서 방계 쪽 사람을 쇼군 자리에 올리고, 실권은 자신이 잡아 권력을 지키려했다.
이 무렵의 마사코는 출가한 몸이었기에 '비구니 쇼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비구니 쇼군 마사코가 남긴 연설문은
가마쿠라 막부 세력과 황족 세력이 권력 다툼을 벌일 때,
막부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고, 그 덕에 가마쿠라 막부는 150년 간 유지될 수 있었다.
남성 중심으로 흘러간 일본 역사에서, 이 비범한 여성의 활약이 반가울 따름이다.
아, 슈젠지 대나무 숲은 교토의 아라시야마에 비하면 너무 작았다…
체크아웃 후에는 도쿄 行
하네다 공항에서 가까운 토요코인에 3인실을 잡고, 저녁 무렵 롯폰기를 찾았다.
일본을 수 없이 방문하면서도 이상하게 발걸음이 향하지 않았던 이 비싼 땅을… 드디어 밟아보았다. 🤣
저녁 식사 후,
급조된 일정이었으나, 하이라이트가 된 [ 디즈니・애니메이션・이머시브・익스피리언스 ] 입장.
시간이 늦은데다 몸에 여행 피로가 쌓여서인지 눈이 자꾸만 감겼지만…
엘사 앞에서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내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디즈니 이벤트 입장권으로 함께 둘러볼 수 있는 모리타워에서
아주 오랜만의 도쿄 도심을 둘러보고 있자니, 코로나 유행 동안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여행이
한시라도 더 빨리 예전처럼 정상화되기를 바라게 됐다.
여행 마지막 날.
공항에 가기 전, 마지막 일정으로 긴자에 들렀다.
참으로 흥미롭게도 긴자도, 그 수 없이 많은 일본 방문동안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곳이었다.
그래서 긴자의 상징인 시계탑 하나를 보려고, 긴자에서 기념품을 사기로 했다.
…는 결심은 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
명품과 화장품에는 관심이 1도 없는 사람이, 긴자의 드럭스토어에서 살만한 건 없었다.
결국 신바시에 있는 돈키호테까지 걸어가서 사고 싶었던 술, 과자 등을 캐리어에 밀어넣었다.
돈키호테에 왔으니 컵 곤약젤리 면세는 물 건너 갔고,
긴자 돈키호테 면세 카운터 중국인 직원이 견습생인 건지 어리버리해서 결제 완료까지 시간이 엄청 걸렸다.
앞으로 긴자 돈키는, 도쿄에 해당 지점만 남아도 절대 안 갈 거임…
영 마음에 안 드는 쇼핑을 마치고 하네다 공항으로.
공항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살 생각으로 부풀어 있었는데…
이게 웬일. 간사이공항 2터미널 면세점보다 살 게 없었다… 비즈니스 승객 대상인 공항이라 그래?
기념품 면세점 두 곳을 둘러봤지만, 사고 싶었던 위스키 안주용 로이스 초콜렛은 사지 못했다…
다음 여행에는 꼭 간사이 가서 그걸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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