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공항 > 유아사 간장공장 > 유아사 전통 건축물 보존지구
> 엔게츠도 > 시라라하마 > 호텔형 료칸 카이슈
6시 칼퇴를 찍고 인천공항 근처의 숙소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회사에서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서야 겨우 침대에 누워 뼈대만 있는 여행 계획을 손보기 시작했다.
새벽 두 시까지 계획을 손 보고… 네 시에 일어나려던 계획부터 틀어졌다.
눈을 떠 보니 다섯 시여서 공항철도를 탔다간 비행기를 놓칠 판이라 택시를 불렀다.
웹 체크인 미리 안 해놓았으면 진짜로 비행기 못 탔을 뻔…
아침 비행이었던 탓에 두 시간 가량 비행 내내 잤다.
그런데… 전날 먹은 마라탕에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내 속이 별로였는지, 배가 아팠다.
기차 한 편을 놓치면 다음 일정이 꼬이는 상황이라 화장실을 못 갈 뻔 했는데…
입국 심사가 아주 빠르게 이루어진데다 패스 교환도 빠르게 이루어진 덕분에
화장실을 가고, 아침밥을 먹고, 기차를 타러갈 수 있었다.
이 날부터 여행 마지막 날까지 사용한 패스는 "JR ISE-KUMANO-WAKAYAMA PASS" 였다.
5일 여행하는 동안, 패스 외 교통비를 딱 1번 냈을만큼 효용성이 높은 패스였지만…
지정석을 4번 이용하면, 그 뒤로는 특급열차를 못 탄다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일정 짜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와카야마 지역을 주로 다니는 특급열차는 쿠로시오 뿐인데, 이 열차가 전석 지정석인 탓이었다.
(22년부터 전석 지정 열차가 됐는데… JR도카이와 JR서일본은 패스 업데이트 안 할 건가!?)
공항에서 유아사까지 가는 길에도 내내 잤다.
일어나니 또 배가 아파서(염병)… 슬슬 이번 여행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몸이 잘못 된 게 아니기를 빌며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넣는데… 500엔 락커가 캐리어를 넣기에 약간 작았다…
어찌저찌 꾸겨넣긴 했는데… (결국 뺄 때 엄청 고생했음…)
가까스로 유아사역을 떠나 부근의 간장 공장으로 향했다.
유아사는 일본 최초로 간장을 만든 동네인데, 현재도 몇 군데에서는 전통방식으로 간장 제조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내가 간 곳도 그 공장들 중 하나였다.
입구에 딱 들어서자마자 간장 냄새가 찐하게 풍겼다.
거대한 간장 양조 용기에 감탄하고, 2층에 올라가보니 간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인 이상이 방문하면 양조 중인 간장을 휘젓는 체험도 할 수 있다던데…
이번 여행에서는 인원수 미달로 실패.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공장에서 나오는 길에 간장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가기 전부터 무슨 맛일까 궁금했는데… 달콤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끝에 간장의 풍미가 살짝 올라오는 맛이었다.
의외로 짜지 않았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유아사 전통 건축물 지구를 둘러보았다.
유아사는 간장 발상지로도 유명하지만,
부근에 구마노고도라고 하는, 오랜 순례길의 숙소로도 이용되었다보니 옛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마을 중간에 구마노고도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볼 수 있었다.
한적한 동네 구경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시라스동(멸치치어덮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괜히 골든위크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는 건지, 가게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가게는 그리 크지 않아 보였고, 다른 사람들처럼 기다렸다가는 타려던 기차를 못 탈 듯해 난감했는데…
덮밥 테이크아웃이 된다는 판넬을 발견!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가 덮밥을 포장해 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해서 힘들게 캐리어를 꺼내고, 힘들게… 쿠로시오의 좌석 지정을 했다…
유아사역은 일부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역이었지만, 미도리노마도구치가 없어서 기계를 이용해 지정석을 끊어야 했다.
그러나 패스 책자 어디에도! 기계를 이용해 지정석을 끊는 방법이 설명되어있지 않았다!
역 직원과 통화할 수 있는 버튼이 있긴 했는데, 대부분의 콜센터가 그렇듯 더럽게 연결이 안 됐고…
결국 기계를 붙들고 이 버튼 저 버튼 눌러가며 씨름한 끝에 지정석을 끊었다.
이후 역에 찾아온 일본인 할머니들도 기계로 티켓 예약하는 거 너무 너무 어렵다고 화내던데…
키오스크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노인 분들이 떠올라 씁쓸해졌다…
기차 안에서 시라스동을 맛있게 먹고, 또 숙면…Zzz…
눈을 떠보니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푸르른 바다가 너무 예뻐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유아사를 출발한 열차는 종착역인 시라하마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 우선 체크인을 위해 이 날 묵을 호텔형 료칸 카이슈(海舟)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료칸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세 시 즈음 도착하니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여권을 내고 체크인을 한 것까진 문제 없고, 좋았는데… 짐을 방까지 옮겨다주는 서비스를 못 받았다.
내가 들고 온 짐의 양이 적어서였을까?
(그렇다고 여기기엔… 입구에서 로비까지는 직원이 캐리어를 옮겨다줬는데…😥)
새벽부터 움직인 탓에 피곤했지만, 침대에 쓰러질 수는 없었다.
저녁 식사 시간인 20시 전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우선 버스를 타고 일몰 명소인 엔게츠도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구름이 끼어버려 그림 같은 일몰 풍경은 보지 못했지만…
어디가도 보기 쉽지 않은 독특한 섬의 모양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엔게츠도에서부터 시라라하마 해변까지 약 1.4KM를 걸었다.
중간에 족욕탕이 있어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니, 이른 시간부터 걸은 피로가 싹 풀려 너무 신기했다.
혈액순환이 되면 몸이 좋아진다는 말을 직접 경험하니 묘한 느낌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바라본 시라라하마는 이 지역이 왜 시라하마(白浜)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초저녁의 약한 햇빛에도 새하얗게 보이는 모래사장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가볍게 걸어보기도 했는데, 샌들을 들고 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관광지 두 곳을 보고, 료칸으로 돌아왔다.
료칸 홈페이지에 18:00~19:00 사이에 간식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끝무렵에 갔더니 이미 다 떨어져서 맛볼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저녁을 더 맛있게 먹으라는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온천에 들렀다가,
밥을 먹으러 갔다.
이번 여행에서 상당히 기대한 메뉴였던 첫날 저녁
료칸에 묵은 만큼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는데, 중간에 고래 요리가 나와 조금 놀랐다.
일본 사람들이 고래를 먹는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상당히 비싸다고 알고 있어서, 내가 먹을 기회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는데…🤩
와카야마현은 매실 산지로도 유명한 듯했다.
식전주로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간 매실주가, 디저트로 매실처럼 생긴 화과자가 나온 걸 보면.
회에 곁들어 마신 매실 샘플러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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