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형 료칸 카이슈 > 센조지키 > 산단베키 > 시라하마역 > 호텔 우라시마
전날 11시가 되기도 전에 기절한 덕분(?)에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대강 하고 꼭 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혼욕 노천탕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사람이 거의 없어 거의 전세 낸 느낌이었다.
덕분에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 😉
혼욕 노천탕에 가는 길에 전세 노천탕도 3개 볼 수 있었다.
이 여행 동안 1개는 보수 공사 중이었고, 골든 위크라 나한테 차례가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부지런히 움직이니 안쪽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온천욕은 충분히 했고, 뷰 자체는 혼욕 노천탕이 훨씬 좋아 입욕은 패쓰)
아침을 잘 안 먹는 편이라고 생각했데… 아무래도 맛있으면 언제든 잘 먹는 사람인걸로.
아침을 거하게 먹고, 체크아웃 시간인 11시까지 주변 산책을 하기로 했다.
우선 향한 곳은 료칸에서 가까운 센조지키.
센조지키(千畳敷)란 1,000장의 다다미라는 뜻인데,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태평양 파도에 침식된 평평한 기암대지를 만날 수 있었다.
18년도에 아오모리에서도 같은 이름의 관광지를 들렸었는데, 규모는 그곳보다 이곳이 훨씬 더 컸다.
센조지키까지 온 만큼 더 걸어서 도착한 산단베키
평탄한 센조지키와 대조적으로, 산단베키는 주상절리 절벽이 잘 발달된 곳이었다.
절벽 사이에 동굴도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동굴로 내려가 볼 수 있었다.
무로마치~에도막부 시절 일본수군이 이 동굴에 배를 숨기고 적과 싸우는 전술을 펼쳤다고 한다.
한데 그 설명문에 그려진 배의 모습이… 거북선에 박살났다던 그것이랑 흡사했다
시기상 당연한 건데, 묘하게 우스운 걸 보니 난 한국인인가보다 😂
아침 구경을 마치고, 료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체크아웃을 하고 버스를 타러가보니, 버스 시간을 잘못 알고 있던 걸 깨달았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버스를 타고 시라하마역으로 향했고…
버스 시간표대로라면, 타려고 했던 기차 출발시간보다 15분 정도 먼저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골든위크의 시라하마(=휴양지)의 도로는 정체구간이 많았다.
버스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도 많다보니, 시간표보다 훨씬 늦게 시라하마역에 도착하고 말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역사 안으로 달음박질쳐 들어갔지만…
애석하게도 열차는 나를 두고 떠나가버렸다…
다음 열차는 2시간이나 뒤에 있었기에 남은 일정이 모조리 꼬일 판이었다.
머리가 아팠고, 한 30분 간 역 대합실에서 넋 놓고 앉아있었다.
그래도 나는 J보다는 P니까.
결국 계획이 틀어진 것에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 날 일정을 조율해 보기로 결정하니, 배가 고팠다.
역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대합실 한켠에 딸린 관광안내센터에서 관광 팜플렛을 쓸어담았다.
이후 14시 쯤, 시라하마를 떠나는 보통열차에 몸을 실었다.
참 신기했던 건… 외국인이 더 많이 탈 법한 특급 열차에는 한국어 역 안내방송이 안 나왔는데,
과연 한국인이 하루에 한명이나 탈까? 싶은 보통 열차에는 한국어 역 안내방송이 나왔다.
기계 번역인건지 미묘하긴 했지만, 뭐.
열차는 혼슈 최남단 역인 쿠시모토역을 지나 기이카츠우라역으로 향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카츠우라 지역에 도착해 구마노고도를 둘러봐야 했다.
하지만 기차 때문에 2시간을 날려 먹어 일정이 취소되었기에, 계획보다 1시간 일찍 호텔에 들어가기로 했다.
역에서 호텔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했다.
승선장에 가보니, 내가 머물 호텔 우라시마 말고도 나카노시마 호텔 배도 정박해 있었다.
근데 뭔가…
호텔 우라시마를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약간 MT시즌의 경춘선 전철 보는 느낌으로…
그래서 나는 내가 잘못된 곳에 줄을 선 줄 알고, 몇 번이고 호텔 우라시마 행 배인지를 재확인했다.
내가 이 호텔에 머무르기 위해 쓴 비용이 MT용 숙소 수준은 아닌 탓이었다.
다행히 그 혼란스러움은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해결됐다.
호텔 우라시마는 총 4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내가 묵은 야마가미관(山上館)은 산 꼭대기에 있어 다른 관들보다 뷰가 좋고, 품격 있는 별관 같은 곳이었다.
약 40층 높이에 이르는 야마가미관에 가기 위해서 우선 에스컬레이터를 안내 받았다.
처음에는 거대한 규모가 신기했지만, 나중에는 지겹게 느껴졌다…
그래서 체크인하러 갈 때 딱 1번만 타고, 그 뒤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호텔 우라시마는 독특하게도 체크인 할 때, 프론트를 2번 거쳐야 했다.
한 번은 본관 1층에서, 두 번은 각 관의 프론트에서.
야마가미관은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39층에 프론트가 있었다.
39층에 도착하니, 직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캐리어를 받아든 직원은 방까지 짐을 옮겨다주었고, 방 안내도 해주었다.
전날 카이슈에서 받고 싶었으나, 받지 못 했던 료칸의 고급진 서비스에 기분이 좋아졌다.
방은 다다미 냄새가 올라온 것만 빼면 너무나 흡족한 수준이었다.
욕실이나 화장실에서 세월감이 느껴졌지만, 어차피 방에서 씻을 것도 아니고, 화장실은 물만 잘 내려가면 되지.
워낙 신이 나서 한참 동안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기왕 일찍 들어왔으니 식사 전에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
호텔 우라시마에는 여러 종류의 온천탕이 있지만, 제일 유명한 망귀동부터 들어갔다.
큼지막한 동굴 안에 목욕탕을 꾸며놓았는데… 들어가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괜히 온천 이름이 망귀동(忘帰洞)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바로 들만큼… 멋지고 신기했다.
파도 치는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퍼지는데, 온천 안에 앉아 그걸 듣고 있으니 정말…
어휘력이 모자라서 말로 표현을 못 하겠지만, 결론은 아주x∞ 좋았다.
아, 닛쇼관 쪽에 현무동(玄武洞)이라는 이름의 동굴 온천이 하나 더 있는데…
여기는 망귀동에 비교하면 작아서, 망귀동에서 어마어마한 감동을 받고 나니 감흥이 없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목욕을 마치고, 저녁 밥을 먹으러 야마가미관으로 돌아왔다.
꽤 거금을 주고 체크인 때 추가한 이 날의 저녁 메뉴는 하프 바이킹(단품 가이세키 요리+뷔페).
사실, 맨 처음 체크인할 때 고른 메뉴는 나기사관의 뷔페였다.
야마가미관의 하프 바이킹보다 2만원 정도 저렴했기 때문에 골랐는데…
야마가미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우라시마 호텔의 뷔페가 그닥 맛이 좋지 않다는 후기를 너무 많이 봐버렸다…
(호텔 뷔페 연관검색어로 まずい가 뜬다니 좀 너무하지 않냐고…)
자칫 2만원 아끼려다 저녁식사를 망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망귀동 가는 길에 본관 프론트에 들러, 저녁을 야마가미관의 하프바이킹으로 바꿔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 과정에서 저녁 식사 시간이 30분 정도 늦춰지긴 했지만,
자리가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날도 저녁에 회와 함께 먹으려고 매실주 샘플러를 주문했는데 😆
주문 실수인 건지 사케 샘플러가 나와버렸다.
직원은 매우 미안하다면서 매실주를 얼른 준비해주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사케 샘플러도 먹어보고 싶었으나 비싸서 매실주를 골랐기 때문에…
도로 갖고 가버린 사케 샘플러가 아까웠다… 😅
뷔페는 맛은 있지만, 탄성이 나올 정도는 아닌 편
좋은 재료를 쓰긴 했을 테지만, 막 우와~ 이거 비싸 보여~ 하는 음식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다른 관에서 먹을 수 있는 일반 뷔페가 별로라는 평을 받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래도 뷔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디저트의 종류가 다양해서 좋았음.
배가 불러버려서 더 못 먹은 게 아쉽다…
'일본여행 >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시즈오카 여행 3일차, 4일차 (0) | 2024.07.24 |
---|---|
[2023] 시즈오카 여행 2일차 (0) | 2024.07.24 |
[2023] 시즈오카 여행 1일차 (0) | 2024.07.24 |
[2023] 와카야마 여행 3일차, 4일차 (0) | 2024.07.21 |
[2023] 와카야마 여행 1일차 (0) | 2024.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