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 타오위안공항 > 타이베이 메인역 > 진과스 황금박물관 > 지우펀 티하우스
비수기를 노려 떠나는 첫 대만 여행
4박5일로 일정이 아주 길지도 않았고, 대중교통만으로 움직일 생각이었기에
수도인 타이페이 위주로 둘러보기로 했다.
타오위안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일본보다는 먼 걸 감안해 프레스티지로~~
는 농담이고, 26년~27년에 소멸되는 마일리지가 있어 탈탈 털었다.
타오위안 공항 도착
타이베이에는 타오위안과 송산 두 가지 공항이 있는데, 타오위안 공항은 우리나라 인천공항에 해당하는 공항이었다.
입국 심사 받으러 가보니, 중국을 중국이라 표시하지 않고 대륙이라고 표시하는 부분에서
"아, 내가 대만에 오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외국인들과 다른 종류의 입국심사를 받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입국심사줄이 너무 길어서…
뒤늦게 대만의 자동출입국심사인 e-gate를 신청했다.
인천공항은 자동출입국심사 줄이 오히려 길어서 필요없다보니, 대만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다.
입국심사장에 있는 등록센터에서 e-gate 도장을 받아 면세구역을 탈출했다.
여행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입국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익숙하지 않은 글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제일 먼저 한 일은 공항에 있는 ATM에서 돈을 뽑는 일이었다.
ㅎㄴ은행의 트래블ㄹㄱ나, ㅌㅅ의 트래블ㅇㄹ이 나온 지 한참 됐지만,
둘 다 주거래 은행이 아니던 탓에…
70%쯤 까막눈인 나라의 은행에서 처음으로 외화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보았다.
처음에는 몇 번 헛손질했지만, 생각보다 쉬워서 금방 익숙해졌다.
여행 팁
대만에서 인출 시에 수수료를 받지 않는 ATM을 보유한 은행으로는
대만은행(臺灣銀行)과 국태은행(國泰世華銀行)이 있다.
타이베이메인역 안에 국태은행 ATM이 있어서 해당 은행을 즐겨 사용했다.
돈을 찾고, 대만의 교통카드인 이지카드를 구매한 뒤, 시내로 향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느낀 건,
1) 일본인 여행객이 많다 2) 봄인데 여름 날씨였다 3) 상상 이상으로 건물이 낡았다는 점이었다.
먼저 타이베이를 여행한 엄마가 우리나라의 8~90년대 같다고 평가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 지 알 것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첫날과 둘째날은 지우펀과 진과스 등에 다녀올 예정이라, 메인역 근처 보관소에 캐리어를 맡겼다.
그런데 보관소가 후미진 곳에 있는 게 아닌데도, 주변이 불결해서 불쾌했다.
여름 날씨를 보이던 타이베이의 더위에, 여행 시작도 전에 지친 걸 감안해도 유쾌한 길은 아니었다.
메인역까지 지저분했으면, 진짜로 실망한 여행이 됐을 것 같은데…
다행히 타이베이 메인역 내부는 깨끗했고, 실내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으니 기분도 나아졌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우펀/진과스로 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타이베이 시내에서부터 버스를 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루이팡역까지는 기차를 탄 뒤, 거기서부터 지우펀/진과스까지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나는 버스 멀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대만의 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루이팡역까지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루이팡역에서 버스로 환승해, 지우펀을 가다보니
계획보다 2시간이나 일찍 타이베이 시내를 떠난 것을 깨달았다.
첫 여행이니만큼 이것저것 헤맬 거라고 예상했는데, 운 좋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지우펀에 가면 특별히 할 게 없을 것 같아서
본래 이튿날 아침 박물관 오픈 시간에 맞춰 가려고 했던 진과스로 일정을 바꿨다.
진과스는 20세기 초, 금광과 함께 번성했던 도시로,
최전성기에는 진과스의 광부들이 비번일 때 부근의 지우펀에 가서 돈을 쓰는 구도가 만들어지며,
사실상 두 도시를 책임졌다고 한다.
하지만 20세기 말이 되어 금광이 폐광된 후에는, 광산업으로 발전한 도시가 그렇듯 쇠락했고,
현재는 황금 광산을 이용하여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의 태백시를 떠올리게 하는 진과스의 옛 광산에는
황금박물관이 생겼는데, 여기서 진과스의 역사를 시기별로 구분해 둘러볼 수 있었다.
쭉 둘러보다가, 대만 일제 통치 시기 광산 노동자들 중에는 전쟁포로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된 환경에서 중노동을 하다보니 사망자가 나올수 밖에 없었고,
그들을 추모하는 추모비가 황금박물관 앞에 서있었다.
용산역 앞에 서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다르게 생기긴 했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진과스 구경을 마치고, 지우펀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면서, 지우펀에서는 숙박하지 말라던 직원의 말이 생각났다.
가격 대비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말해 지우펀의 숙소 가성비는 매우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숙소도 몇 개 없고.
그럼에도 지우펀 숙박이 좋았던 이유, 그리고 추천하는 이유는 맨 마지막에 더 말하고자 한다.
아직 밝아서인지 지우펀의 홍등은 꺼져있었다.
하지만 홍등과 관계없이 지우펀이라는 동네는 대단히 붐비는 곳이었다.
길이 좁아 더 그렇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산 윗동네인 지우펀 부근에는 좋은 녹차산지가 있는 듯했다.
그 녹차잎으로 만든 우롱차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자주 보였고,
그 우롱차를 우려 판매하는 찻집도 있었는데,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붐볐다.
그 중 하나인 지우펀차팡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우롱차를 마시며 지우펀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과 바다 풍경을 즐겼다.
그러다보니 해가 서서히 저물었는데,
어두워질수록 지우펀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동네를 왜 지옥펀이라고 부르는 지 깨닫게 될 정도로…
좁고 가파른 지우펀의 골목골목에 사람이 가득한 것을 보고 있자니,
유사한 상황에서 벌어진 모 사고가 떠올라 무서워졌다.
때마침 배도 고팠기에,
지우펀에서 먹어보려고 메모해놓았던 음식들을 포장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며 투어로 지우펀을 방문한 사람들이 다 귀가가기를 기다렸다.
휴식을 취하다, 오후 9시쯤 다시 나왔다.
다행히 일일투어로 지우펀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대부분 빠져 길거리가 한산했다.
그래서 해질녘에 갔었던 아메이차루에 다시 가서 마음에 들게 사진을 실컷 찍고
(아메이차루는 그 시간에도 붐비더라)
신나게 홍등이 켜진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녔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지우펀의 숙소들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편은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우펀 숙박을 추천하는 이유!
바로 붐비지 않을 때 지우펀의 홍등길을 걸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 장사로 살아가는 지우펀의 특성상,
관광객이 빠지는 오후 8~9시가 되면 몇몇 찻집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데, 찻집들은 거의 체류시간에 제한을 걸어둔다.
이럴 때에 지우펀에 잡아둔 숙소가 휴식처를 제공해준다.
관광객들이 가게 폐점과 함께 썰물마냥 쓸려나갈 때까지 편하게 기다린 뒤,
아무도 없는 지우펀의 밤길을 걸으면,
비싸더라도 지우펀에서 자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머릿속에 그리던 홍등 길을 찍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 그런데 너무 늦게 나가면 홍등도 꺼지니 (약 10시~11시 쯤인듯?) 그것만 주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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